한수원-웨스팅하우스 계약 논란, '불공정 조약'인가 '전략적 선택'인가? ☢️
최근 체코 원전 수출이라는 쾌거의 이면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협약이 '불공정 계약'이라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원전 1기당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하고, 향후 수출 시장까지 제한받는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미래 원전 수출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협약은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은 것인지, 논란의 핵심과 그 이면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논란의 핵심: 무엇을 내주었나?
현재 알려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협약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이는 한수원이 APR1400 노형 원전을 수출할 때 적용됩니다.
- 비용 지급: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로부터 9천억 원 상당의 물품·용역을 구매하고, 별도로 기술 사용료(로열티) 약 2,400억 원을 지급해야 합니다. 총 1조 1,4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 시장 분할: 향후 50년간 원전 수주 활동 가능 지역을 나눴습니다. 한수원은 체코,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에 집중하고, 웨스팅하우스는 체코를 제외한 유럽, 북중미, 일본 등을 맡기로 했습니다.
- SMR 검증: 미래 먹거리인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수출할 때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사용했는지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내용만 보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유망한 미국·유럽 시장 진출을 스스로 포기한 것처럼 비춰져 '독소 조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입니다.
한수원의 반론: 무엇을 얻었나?
한수원과 정부는 이번 협약이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항변합니다. 모든 논란의 시작은 우리 APR1400 노형의 원천 기술 일부가 2000년 웨스팅하우스에 인수된 미국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수년간 지식재산권 분쟁이 이어졌고, 이는 체코 원전 수주 막판까지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한수원은 이번 협약으로 다음과 같은 실리를 얻었다고 설명합니다.
- 분쟁 해결: 가장 큰 성과는 수출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입니다. 로열티 2,400억 원(수주액 26조원의 1~2% 수준)으로 고질적인 지재권 분쟁을 마무리 짓고, 체코 수주를 확정 지은 것은 오히려 '잘한 협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 '팀 코리아'의 글로벌 확장: 미국은 원전 설계 능력은 있지만, 제조 역량은 사실상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이번 협약은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하는 원전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핵심 공급망으로 참여하는 길을 연 것입니다. 실제로 불가리아 원전 사업에서는 웨스팅하우스가 현대건설과 직접 손잡고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프랑스 EDF 대신 '팀 코리아'에 일감을 줄 유인이 생긴 셈입니다.
- 국산화 품목 활용: 9천억 원의 구매 대상 품목에는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현재 국산화된 품목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어차피 국제 입찰을 거치면 국산품 채택을 보장할 수 없기에,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분쟁을 끝냈다는 설명입니다.
미래 원전 수출, 정말 문제 없나?
그렇다면 가장 큰 걱정거리인 SMR 등 미래 원전 시장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업계와 학계에서는 수출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추진하는 SMR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은 뉴스케일파워 등 미국 기업의 설계를 그대로 제작하는 것이므로 웨스팅하우스 기술과 무관합니다.
한수원이 개발 중인 한국형 SMR(i-SMR)은 일부 기술이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범위에 포함될 수 있으나, 핵심 설계가 전혀 달라 독자적인 기술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시장의 평가는?
증권가에서는 시각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이번 협약이 단기적인 수익성은 낮출 수 있어도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등은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렸다"며 '팀 코리아' 원전 기업들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결국 이번 협약은 원천 기술의 한계 속에서 고질적인 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미국과 협력해 글로벌 원전 시장 파이를 함께 키워나가자는 현실적인 합의로 볼 수 있습니다. '불공정'이라는 비판보다는, 이번 합의를 발판 삼아 '팀 코리아'가 얼마나 많은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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